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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7 [인터뷰] '서울내셔널 심포니' 명예지휘자 이우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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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262회 작성일 09-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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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도 다양한 연주자들이 있는 오케스트라"


“눈을 감으면 악보가 떠오른다.”

전설적인 마에스트로 카라얀 같이 눈을 감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이우근 변호사가 보는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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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법무법인 한승 대표변호사. 그는 판사시절 서울행정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과 같은 요직을 두루 거친 소위 잘나가는 법관이었다. 그런 그가 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됐을까?

이 변호사는 자신이 아마추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을 직업삼아 먹고사는 프로페셔널과 달리 그는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아마추어다.

그렇지만 아마추어치고는 꽤 오랜 경력도 있다. 이 변호사는 교회성가대생활 30년 중 성가대 지휘자로 12년이란 적지않은 세월을 보냈다. 여기서 쌓인 실력은 그를 지금의 서울내셔널 심포니오케스트라 명예지휘자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묻자 한치의 망설임없이 ‘데뷰 무대’를 꼽았다. 200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베토벤의 ‘코럴 환타지’를 지휘한 무대는 정규무대에서, 정식 오케스트라로, 정식 프로그램을 소화해 낸 첫 무대였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일이다.

한편 이 변호사는 그 동안 자신이 쓴 칼럼을 추려 ‘광야의 묵상 1·2’를 펴냈다. 또 올 봄 세번째 책 출간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지휘와 집필활동 이외에 ‘데뮤즈’라는 음악클럽활동도 한다. 데뮤즈는 대학교수, 기업 대표, 디자이너 등 음악 비전문가들이 모인 애호단체다. 데뮤즈는 그가 고문으로 있는 한국소아암재단과 같이 매년 연말 후원음악회를 연다. 이 변호사는 이 공연에 많은 의미를 두고 지휘봉 끝에 힘을 쏟는다.

그에게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로펌 지휘자의 차이를 물었다. “보통 한 곡에서 악기들은 서로 다른 연주방식을 취합니다. 바이올린이 상향선율을 그리면 저음인 첼로는 하향으로, 관악기가 빠른 템포로 한껏 고조시키면 현악기는 산책하듯 느릿느릿하게 진행합니다. 이것들이 어떻게 한 곡 안에서 이뤄질까 하지만 모두 한 곡에서 동시에 이뤄집니다. 이같이 로펌 운영도 통일성 안에서 다양성을 보장해야 하고, 다양성을 통해 통일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민·형사, 기업법 등 법률연주자의 전공분야는 각자 다르지만 모두 ‘한승’이라는 곡을 연주하듯이요”라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끝으로 베토벤 일화를 소개했다. 베토벤은 악기로만 이뤄진 오케스트라에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고민을 거듭한 베토벤이 곡을 완성한 것은 인간의 소리를 담은 때였다. 그것이 사람 목소리가 들어간 최초의 곡,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9번’이다.

이 변호사도 요즘 사람 목소리가 그립고, 아쉽다고 했다.

“한승의 영어명 HS는 휴머니티와 석세스입니다. 로펌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송사의 성공을 위해 오지요. 하지만 우리는 휴머니티를 위해 일하자는 의미입니다”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박경철 기자 joshua@lawtimes.co.kr